[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92문 하나님께서 사람의 순종을 위해 처음 나타내 보이신 것은 무엇입니까?
선악과와 도덕법의 비밀: 타락 전 인류에게는 왜 십계명이 없었을까? (대요리문답 제92문)
우리는 앞선 제91문을 통해 창조주이자 구속주이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피조물인 인간의 가장 마땅한 의무임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며 가장 처음 제시하셨던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직 죄가 세상에 들어오기 전, 완벽하고 순결했던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졌던 법의 실체를 아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Westminster Larger Catechism) 제92문은 무죄한 상태에 있던 첫 인류에게 선포되었던 두 가지 강력한 순종의 법칙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가진 '십계명'에 얽힌 놀라운 비화를 파헤쳐 줍니다.
1. 질문: 하나님께서 사람의 순종을 위해 처음 나타내 보이신 것은 무엇입니까?
답변: 하나님께서 죄가 없는 상태에 있는 아담과 아담 안에 있는 모든 인류에게 순종의 법칙으로 나타내 보이신 것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신 특별한 명령과, 그와 함께 주신 도덕법이었습니다. (창 1:26–27; 롬 2:14–15; 롬 10:5; 창 2:17).
2. 무죄 상태의 에덴동산에 선포된 두 가지 순종의 법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의 아담(그리고 그의 대표성 안에 있는 모든 인류)에게 순종의 훈련을 위해 제시하신 법은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뉩니다.
[ 에덴동산의 두 가지 순종 법칙 ]
① 특별한 명령 (행위 언약) ──→ 선악과를 먹지 말라! (가시적 시험대)
② 보편적 규칙 (도덕법) ──→ 마음의 판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과 도덕성
① 가시적인 특별 명령: "선악과를 먹지 말라" (창 2:17)
이것은 신학적으로 '행위 언약(Covenant of Works)'의 핵심 징표입니다. 에덴동산의 모든 풍요를 누리되, 오직 단 하나의 금령을 통해 인간이 온 우주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피조물'임을 고백하게 만드는 거룩한 시험대였습니다.
② 내면적인 보편 규칙: "도덕법(Moral Law)"
선악과 외에도 하나님은 인간에게 '도덕법'을 주셨습니다. 도덕법이란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닮은 도덕적 행위의 기준과 규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성경 어디를 봐도 하나님이 아담에게 도덕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신 기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3. 왜 타락 전 아담에게는 '십계명 명단'이 필요 없었을까?
많은 성도가 "십계명은 인류의 시작부터 돌판에 새겨져 내려온 것 아닌가?"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에게는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와 같은 구체적인 계명의 목록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창조 직후 무죄한 상태의 인간은 완전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습니다(창 1:26-27). 그들의 영혼과 본성에는 하나님의 뜻과 도덕법이 이미 완벽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본능적인 순종의 능력: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을 온 마음 다해 사랑하고, 서로를 내 몸처럼 사랑하는 법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지성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명확히 분별했을 뿐만 아니라, 그 뜻에 완벽하게 즐거이 순종할 수 있는 실제적인 힘과 성품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죄가 없기에 불필요했던 조항들: "살인하지 말라"는 법은 살인의 충동이 존재하는 타락한 세상에서나 의미가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 탐욕이 전혀 없던 에덴동산에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금지 조항의 나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불필요한 잔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교훈과 적용]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으로 자원하여 순종하라"
대요리문답 제92문이 보여주는 에덴의 상태는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화의 궁극적인 모델을 제시합니다.
내 삶의 '선악과'가 무엇인지 점검하십시오: 선악과는 하나님이 인간을 괴롭히려고 두신 덫이 아니라, 인간이 선과 악의 기준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교만을 차단하는 안전장치였습니다. 오늘날 내 삶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내 뜻대로 선악을 재단하려는 영적 교만(선악과를 따 먹으려는 유혹)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주권을 양도하십시오.
법 조문 너머의 '사랑의 본질'을 회복하십시오: 십계명이나 성경의 수많은 규율들은 인류가 타락하여 마음의 판에 새겨진 도덕법이 지워지고 부패했기 때문에, 외적인 문자로 친절하게 적어주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고 성령의 도우심을 받는 성도들은 이제 "벌 받지 않으려고 법 조문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에덴의 아담처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본질적인 도덕법의 성품이 내 인격 속에 회복되도록 구해야 합니다.
순종의 능력을 구하십시오: 아담은 무죄한 상태에서 순종할 힘이 있었음에도 불순종하여 타락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연약할지라도,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아담보다 더 강력한 순종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십니다. "율법이 지키라고 하니까 억지로 지킨다"가 아니라, 내 안에 새겨진 하늘의 본성을 따라 오늘도 기쁨과 자원함으로 주님의 뜻을 구현해 내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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